2025-07-18
[오마이뉴스 유창재 기자] 이재명 정부 첫 장관, 취임식부터 달랐다 "AI 활용은?" "MBTI 뭔가요?"
"기존의 질서와 규범, 심지어 문명의 구조까지 재편해나갈 첨단과학기술의 거대한 물결이 본격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첨단과학기술의 파급력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 일상까지 깊이 스며들고 있다."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아래 과기정통부) 장관은 17일 'AI 3대 강국 도약'이란 문구가 띄워진 화면 앞에서 취임 인사를 시작했다. 이어 배 장관은 "다가오는 혁신과 변화의 물결, '커밍 웨이브(the Coming Wave)'를 맞는 우리가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을 이어가자, 뒤에 화면이 바뀌었다. 기업인 출신 답게 배 장관은 임기 내 주요 방향을 제시하는 취임사 내용을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PPT)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의 좌석 배치도 이전과 달랐다. 행과 열을 맞춘 배치가 아닌, 타운홀 미팅 때 봤던 부채살 모양으로 의자가 놓여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선 과기정통부 직원들은 전과 다른 좌석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이어 직급이나 부서 상관 없이 삼삼오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자리에 앉았다. 취임식은 예정보다 10분 늦은 오전 9시 40분에 시작했다.배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AI)을 강조했다. 나아가 산업과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 일상까지 AI로 재편하는 혁신을 통해 AI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AI 3대 강국 도약 위해 3가지 추진 정책 PPT 통해 직원들에게 소개배 장관은 "민간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쓸 수 있게 돼 부담감과 함께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이들이 마음껏 도전함으로써 기업, 대학, 연구소, 전 국토와 모든 산업에서 끊임없는 혁신이 이어지는 활력이 가득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다른 나라들이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AI와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국가 대전환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획기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장관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 3가지를 소개했다.우선,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AI 인프라(기반시설) ▲네트워크 ▲AI 기본사회 등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배 장관은 "국민주권 정부의 제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도약 실현을 위해 든든한 AI 생태계를 갖추고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AI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국가AI컴퓨팅센터 슈퍼컴 6호기 등 세계 수준의 AI 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동시에 "본격화하는 AI 시대를 뒷받침할 세계 최고의 초고성능·초지능 디지털 인프라를 전면 구축하겠다"면서 "AI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AI의 안전·신뢰 기반을 조성하고, 견고한 사이버 보안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또 AI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지원하고, 고품질의 학습데이터를 확보·활용하기 위한 국가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면서 "AI는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에 전반적으로 적용돼야 진정한 대전환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배 장관은 "공공·지역·산업 모든 영역에 AX(인공지능전환)를 지원해 대한민국 곳곳에 활력을 높이겠다"며 "혁신적인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과 스케일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이외에도 AI 반도체는 차세대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초기시장 형성을 지원해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확립할 것이며, 국가AI위원회가 명실상부한 실질적인 국가 AI 컨트롤타워로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고, 인공지능기본법 하위법령도 조기에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연구생태계 복원 위해 충분한 규모 R&D 안정적으로 지원"다음으로 배 장관은 "R&D(연구개발) 투자가 성장으로 선순환되는 혁신생태계를 신속히 복원·강화하고,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그간 위축되었던 연구생태계 복원을 위해 충분한 규모의 R&D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또 "혁신의 씨앗이 되는 기초연구의 안정적이면서 예측가능한 지원을 확대하겠고, 특히 폐지된 풀뿌리형 기본연구를 복원하여 연구안전망을 확충하도록 하겠다"면서 "기초과학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AI는 필수가 됐다. 혁신적 연구성과 도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AI의 도입·활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이외에도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적기에 대응할 R&D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폐지 완수를 위한 관련 법령 개정 ▲과학기술 정책 결정 과정 전반에 민간 전문가 참여 확대해 전문성과 개방성 확보 ▲ 출연연은 국가대표연구기관에 걸맞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혁신 ▲지역의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역이 스스로 기획·집행·관리하는 지역 자율 R&D체계 전환 ▲첨단바이오,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래 전략기술 확보에도 과감한 지원 ▲정부R&D 성과를 전 산업으로 확산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혁신기업이 창출되도록 R&D 총괄부처로서 역할 강화 등을 약속했다.마지막으로 국가 혁신생태계의 핵심인 'AI·과학기술 인재강국' 실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내 우수한 인재가 단절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청년 과학기술인에 대한 성장 지원 확대, 생애 전주기 촘촘한 지원 ▲해외 우수인재는 국내에 적극 유치하되, 우리나라 인재는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마음껏 꿈을 펼칠 있는 세심한 지원을 언급했다.배 장관은 "AI 중심대학 추진 등 AI 분야의 최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처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부처인 만큼, 일하는 방식도 혁신해 나가야 한다"면서 "가장 먼저, AI를 업무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인드를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어 "보안 등의 이유로 당장은 모든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간단한 자료 정리,아이디어 발굴과 같이 작은 부분부터 AI를 활용해보며 업무 방식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현장과의 소통과 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하며 배 장관 자신부터 자주 현장을 찾고, 연구자·기업인·국민 누구든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며 불편한 목소리도 기꺼이 듣겠다고 말했다.끝으로 배 장관은 "권위와 위계가 아닌, 존중과 협력 속에서 일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저부터 나서겠다"고 취임사 PPT를 마쳤다.직원들과 직접 소통 나선 배 장관... "장관님, MBTI가 뭔가요?"곧이어 직원들 앞에 책상과 의자가 놓였고, 그 자리에 배 장관이 앉아 미니 타운홀 미팅 형식의 직원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대화 주제는 ▲장관으로서의 배경훈 ▲기업인 출신 장관 배경훈 ▲인공지능(AI) 전문가 배경훈 ▲연구자 배경훈 ▲인간 배경훈 등으로 구분했다.배 장관은 "제2의 청문회를 하는 거 같다"면서도 직원들이 "장관님, 기본 철학과 원칙은 뭔가요?", "민간과 정부, 일하는 방식이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떻게 AI(인공지능)을 잘 써야 하나요", "인재영입 중점 방향이 있다면 소개 좀" 등을 묻는 말에 답하고, 웃음을 섞어가며 자유로운 소통을 이끌어갔다.직원들로부터 가장 큰 웃음과 박수를 받은 질문은 "MBTI는 뭔가요?"였다. 이에 배 장관은 "제2 청문회 맞네요!(직원들 웃음)"라며 "ENTJ이다. 저 스스로도 가끔 힘 들 때가 있는데, 목표지향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답했다.이어 "어떤 일을 할 때 목표를 굉장히 높히 설정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목표를 논의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계획대로 이뤄지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MBTI가 저에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ENTJ다"라고 말해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사회자가 "제가 아는 ENTJ는 불도저형이다. 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이자, 또 다시 웃음이 대강당을 채웠다.이와 함께 배 장관이 선호하는 음식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남이 차려주신 음식 다 잘 먹는다, 주는대로 먹는 스타일"이라고 했으며, "술도 예전에는 잘 먹는 편이었는데, 요새 체력이 약해졌는지 독주보다는 와인이나 막걸리 정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동은 턱걸이나 스쿼트, 푸쉬업 등 가볍게 틈틈이 시간 나는대로 체력 관리를 한다고 소개했다.이외에도 이날 행사장에선 장관과 직원들 사이에서 AI 활용법, 기본철학과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지난 15일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그날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했다. 국회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10개 부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중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곳은 유일하게 과기정통부 1곳뿐이며, 배 장관은 이재명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취임한 장관이 됐다. 출처 :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9483&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